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11월 30일 공개한 대규모 수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 설치된 약 12만 대의 IP카메라가 해킹돼 가정과 사업장, 의료기관의 민감한 영상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영상은 성적 장면만 발췌해 편집된 뒤 해외 성착취 플랫폼에서 판매되었고, 경찰은 피의자 4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킹을 넘어, IoT 기기의 구조적 취약성과 디지털 성착취 산업의 결합이 현실화되었다는 점에서 기술·법률적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수사 결과 드러난 해킹 피해 범위에는 가정집, 아이 방, 부부 침실, 원룸·오피스텔, 카페·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피해 사실을 확인한 장소만 최소 58곳이며, 해당 공간 대부분에서 영상이 장기간 외부에 노출됐던 정황이 파악됐다. 피해자 상당수는 자신의 사생활이 성착취물로 가공돼 판매된 사실조차 모른 채 생활해 왔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공격자가 사용한 해킹 기술이 고도화된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피의자들은 인터넷에 노출된 IP카메라 주소를 검색한 뒤 초기 비밀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1111·1234·0000’ 같은 단순 조합을 설정한 기기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이는 단순한 사용자 부주의가 아니라, 초기 비밀번호 변경 강제 기능 부재, 2단계 인증 미적용, 비정상 로그인 감지 기능 부족 등 IP카메라 제조·서비스 업체의 구조적 보안 미흡이 결합된 결과로 분석된다. 즉, 한 번의 접속으로 카메라는 상시 도촬 장치로 변하고, 영상은 실시간으로 거대한 성착취 시장과 연결된다.
피의자 2명은 해킹한 영상을 성적 장면만 편집해 총 1,193개의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이를 해외 불법 사이트를 통해 판매했다. 대금은 대부분 가상자산(암호화폐) 형태로 지급되었다.
해당 사이트는 여러 국가의 피해 영상을 수집·거래하는 플랫폼으로 추정되며, 경찰은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고 국제 공조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영상 시청·소지 역시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하며 국내 이용자 3명을 추가로 적발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영유아·반려동물 모니터링, 방범 등을 위해 설치한 홈캠이 해킹되자마자 가정 내부 프라이버시 전체가 노출되는 현실이 드러났다. 특히 어린이 방·의료 현장까지 포함된 점은, 기존 ‘몰카 범죄’와는 차원이 다른 인격권 침해다.
지금까지 IoT 보안은 사용자의 비밀번호 관리에만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제조사 측의 구조적 책임이 명확히 드러난 만큼 초기 비밀번호 변경 강제, 2단계 인증 기본값 적용, 비정상 로그인 탐지·알림 의무화, 보안 업데이트 주기적 고지 등 법적 기준과 산업 규제의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해킹 → 자동 편집 → 해외 유통 → 가상자산 수익 구조는 더 이상 개별 범죄자가 아닌 산업형 디지털 성착취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국제 공조, 사이트 폐쇄, 가상자산 추적을 포함한 국가 단위 대응 체계가 필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경찰이 “시청·소지만으로도 중대한 범죄”라고 밝힌 만큼, 향후 불법 영상 구매자·시청자에 대한 추적과 처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보안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권고하는 기본 조치는 다음과 같다.
초기 비밀번호 즉시 변경, 연속·반복 숫자 사용 금지, 8자 이상,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조합, 정기적 비밀번호 변경(최소 6개월 주기), 펌웨어·앱 최신 상태 유지, 외부 접속 불필요 시 제한, 2단계 인증 활성화, 접속 이력 주기적 확인 등이 필요하다
IP카메라 12만 대 해킹 사건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IoT 기기가 편리함의 도구이자 사생활 침해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부주의, 제조사의 보안책임 미비, 해외 플랫폼의 성착취 생태계, 가상자산 기반 범죄경제가 한 번에 폭로된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술이 생활 전반에 스며든 시대일수록, 사생활 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적·산업적 의무다.
앞으로도 IoT 보안과 디지털 인권 문제를 중심에 두고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룰 것이다.